비상금은 얼마부터 모아야 할까
많이가 아니라 ‘나한테 맞는 만큼’이 먼저다. 생활비 석 달치라는 말의 진짜 뜻.
· 2 min read · 사주앤더시티
살다 보면 꼭 그런 달이 있습니다.
휴대폰 액정이 깨지고,
갑자기 치과에 가야 하고,
친구 결혼식이 두 번 겹치는 달.
그럴 때 손이 가는 곳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카드 할부, 마이너스 통장, 아니면 모으던 적금 해지.
그래서 다들 비상금부터 모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면 이게 먼저 궁금해지죠.
“비상금은 대체 얼마가 있어야 하는 걸까?”
흔히 듣는 답은 생활비 석 달치입니다.
다만 이 말은 생각보다 자주 오해받습니다.
01. 월급 석 달치가 아니라, 생활비 석 달치입니다
석 달치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월급의 세 배를 떠올립니다.
월급이 300만 원이면 900만 원.
시작하기도 전에 숨이 막히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준은 월급이 아니라
월급이 끊겨도 매달 꼭 나가는 돈입니다.
월세나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대출 이자,
그리고 아껴 써도 드는 식비와 교통비.
쇼핑이나 여행, 약속 비용은 여기에 넣지 않습니다.
급할 때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돈이니까요.
이렇게 세어 보면 월급 300만 원인 사람의 꼭 나가는 돈은
150만 원 안팎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석 달치는 900만 원이 아니라 450만 원이 됩니다.
내 비상금의 크기는 내 월급이 아니라, 내 생활이 정합니다.
02. 한 번에 석 달치를 채우려고 하지 마세요
450만 원도 적은 돈은 아닙니다.
그래서 비상금은 목표를 한 번에 세우기보다
계단처럼 나눠 두는 편이 오래갑니다.
첫 계단은 생활비 한 달치입니다.
이것만 있어도 갑작스러운 수리비나 병원비 앞에서 카드 할부부터 찾지 않아도 됩니다.
두 번째 계단이 석 달치입니다.
이직을 준비하거나 일이 잠깐 끊겨도 마음이 덜 급해지는 크기입니다.
모자란 금액은 1년에 걸쳐 나눠 채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300만 원이 모자라면 한 달에 25만 원입니다.
그리고 비상금이 다 찰 때까지
다른 저축을 전부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비상금에 조금 더 무게를 실을 뿐,
모으던 흐름은 그대로 두는 편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03. 비상금은 따로, 그러나 꺼내기 쉬운 곳에
비상금이 잘 안 모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통장에 같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잔액이 넉넉해 보이면
이번 달은 좀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그래서 비상금은 생활비와 떨어진 곳에 둡니다.
언제든 뺄 수 있는 파킹통장이나 CMA처럼, 필요할 때 바로 꺼낼 수 있는 곳이요.
반대로 중간에 깨면 이자를 손해 보는 적금이나
값이 오르내리는 투자 계좌는 비상금 자리로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규칙 하나만 정해 두세요.
비상금은 ‘갑자기’ 생긴 일에만 꺼낸다.
세일이나 여행은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닙니다.
미리 모아 둘 수 있는 돈이니까요.
꺼내 썼다면 다음 달부터 다시 채우면 됩니다.
비상금은 한 번 모으고 끝나는 돈이 아니라, 쓰고 다시 채우는 돈입니다.
TODAY'S MONEY TIP
이번 달 통장과 카드 내역에서 ‘월급이 끊겨도 꼭 나갈 돈’만 골라 더해 보세요.
그 숫자가 내 비상금 한 달치입니다.
비상금이 있는 사람은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갑자기 생긴 일 앞에서
모으던 돈을 깨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비상금은 돈을 불려 주지는 않지만,
지금 모으는 돈이 끝까지 가도록 지켜 줍니다.
MONEY TALK
도시에서 잘 벌고, 잘 쓰고, 잘 모으는 이야기.